2021년 12월 아카데미소요

오캄의 정치존재론: 언어와 권력 그리고 존재

강사_ 유대칠 (토마스철학학교 오캄연구소)
일시_ 12월 16일(목), 23일(목) 19:30-21:30
장소_ 철학서점 소요서가 
등록기간_ 11월 27일 – 12월 15일
등록방법_ 강의신청양식
등록_ 우리은행 1005-004-105261 연구소 오늘
수업료_ 10만원 (총 2회)
문의_ soyoseoga@gmail.com

강의는 대면, 비대면 방식으로 동시 진행합니다.
대면 강의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합니다.

강사소개

유대칠 (토마스철학학교 오캄연구소)

지중해 연안 중세 철학과 신학 문헌을 연구 중이며, 이와 동시에 지금 여기 우리를 위한 철학이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궁리하고 있는 중이다. 대구 달성군 서재라는 작은 마을에 토마스철학학교 오캄연구소라는 작은 공간을 마을분과 더불어 만들어 그곳에서 고전을 읽으며 더불어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이제까지 오캄과 후기 중세 철학에 대한 논문을 여럿 발표하였고, 『신성한 모독자』와 『대한민국 철학사』 등의 책을 적었으며, 가톨릭프레스,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그리고 가톨릭일꾼 등에서 칼럼 등을 적어왔다. 지금은 마을 공동체를 궁리하는 『마을』에서 서양 고전어에서 시작된 주요 철학 용어를 어떻게 우리 철학 속에서 더불어 궁리할 것인가에 대한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최근엔 『씨알의 소리』에 글을 담기 시작하였다. 현재 마을분과 강독한 그리고 강독할 중세 철학과 신학 소품을 Nobiscum이란 이름으로 내어 놓고 있으며, 오캄의 정치학과 논리학 저작 그리고 근대 스콜라 신학자이며 철학자인 수아레즈의 글을 번역 연구하고 있다.

강의 소개

윌리엄 오캄은 아직 우리에겐 너무나 낯선 사상가다. 사실 우리에겐 아직 유럽의 중세철학 자체가 멀기만 하다. 당장 우리가 너무나 당연히 중세철학자라 부르는 대부분, 아니 거의 모든 스콜라 철학자들은 스스로 자신을 철학자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대부분은 신학부에 속한 신학 교수이거나 신학부에서 학문 행위를 이어간 이들이다. 그러니 너무나 당연한 그들은 스스로 신학자라 생각했다, 신학이 무엇이며 신학의 학적 대상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깊이 연구하였지만 그들이 철학에 대하여 그와 같은 깊이로 다룬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은 그들의 주된 학문적 행위의 목적이 신학에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주된 철학적 업적이 『신학대전』과 『대이교도대전』이다. 이 둘은 이미 그 이름에서 그 주된 고민이 철학이 아닌 신학임을 알 수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순수한 철학 저작은 아주 작은 초기 소품인 『존재자와 본질』과 『자연의 원리』 정도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신학의 예비학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 이외 당시 아리스토텔레스주의가 신앙에 도전하고 있다는 배경에서 자신이 새롭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주해한 주해서가 있지만 이 역시 궁극적으로는 신학적 목적의식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사실 많은 토마스주의자들이 중세철학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하는 신앙과 이성의 조화 그 자체가 사실은 철학자의 임무가 아니라 신학자의 임무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오캄 역시 이러한 시대적 한계 속에 있다. 그 역시 신학부에서 신학을 일구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독립된 학문으로 철학을 꿈꾼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신학에서 우린 현대엔 더 이상 신학이라 부르지 않는 철학을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의 언어 이론과 보편에 대한 고민이다. 그의 언어에 대한 고민은 더는 신학자가 하지 않는 고민이다. 그 고민은 현대 언어철학자와 언어학자에 의하여 계승되어 연구되고 있다. 그리고 보편에 대한 고민 역시 더는 신학자의 고민이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많은 현대 형이상학자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철학의 고민이다. 오캄의 언어와 보편에 대한 이해는 13세기와 구분되는 14세기의 분위기를 형성함에 기여하였다. 그 고민은 교황 중심의 보편 교회론에 도전하는 이론으로 발달하였고, 새로운 교회론의 시대를 요청하게 하였다. 그 요청은 이후 오캄의 사상에 깊이 영향 받은 루터의 등장을 예고하였다. 그리고 정치에 대한 그의 이론은 서서히 민주주의 사회를 향한 이론적 근거로 전개되어갔다. 그의 신학도 철학도 사실은 미완이다. 그의 진보성은 이단으로 금지되었고 이후 오랜 시간 그는 유명론이나 교황에 대한 도전 등의 몇몇 구호로 남아있었을 뿐 깊이 있는 문헌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오캄의 문헌이 세상에 공개되며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이번 강의를 통하여 오캄 철학의 등장 배경과 그의 철학이 어떤 모습으로 그 시대를 살아갔는지를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2021년 11월 아카데미소요

형이상학의 지평을 넓힌 ‘존재의 철학’ : 토마스 아퀴나스


강사_ 박승찬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교수)
일시_ 11월 9일(화), 23일(화) 19:30-21:30
장소_ 철학서점 소요서가 
등록기간_ 10월 21일 – 11월 8일
등록방법_ 강의신청양식
등록_ 우리은행 1005-004-105261 연구소 오늘
수업료_ 10만원 (총 2회)
문의_ soyoseoga@gmail.com

강의는 대면, 비대면 방식으로 동시 진행합니다.
대면 강의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선착순 9인으로 한합니다.
대면 강의 신청자 중 선착순 외 인원은 비대면 강의로 전환됩니다.

강사 소개

박승찬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뒤, 가톨릭대학교 신학부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중 중세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중세철학 전공)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며 김수환추기경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성심대학원장, 한국중세철학회장, 한국가톨릭철학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생각하는 힘을 키워 주는 강의로 유명하다. 그의 ‘중세철학사’ 강의는 2012년 SBS와 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공동으로 주관하는 “대학 100대 명강의”로 선정되었다. 또한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 EBS 통찰, 클래스e <중세의 위대한 유산> 등의 방송 출연, 한겨레신문 연재, 다양한 강연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중세에 대해 갖는 편견을 깨고 중세철학이 지닌 매력과 그 깊이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서양 중세의 아리스토텔레스 수용사』, 『생각하고 토론하는 서양 철학 이야기 ②: 중세-신학과의 만남』, 『철학의 멘토, 멘토의 철학』 ,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삶의 길을 묻다』, 『중세의 재발견』,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라틴어 원문에서 번역한 『모놀로기온 & 프로슬로기온』(캔터베리의 안셀무스), 『신학요강』, 『대이교도대전 II』, 『존재자와 본질』(토마스 아퀴나스), 그리고 『토마스 아퀴나스의 형이상학』 등이 있다.
Homepage: eliasp.net; Email: elias@catholic.ac.kr

강의 소개

토마스 아퀴나스는 단순히 서양 중세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너무나 큰 사상적 거장임에 분명하다. 무엇보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신학대전』과 『대(對)이교도대전』은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도교를 성공적으로 종합해 냈다는 평가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는 명저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양 철학이 태동할 때 가장 먼저 물었던 “모든 사물은 어디서부터 기원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사유 지평에서 토마스 아퀴나스가 차지하는 위상을 살펴보면 그 독창성과 심오함을 엿볼 수 있다. 즉 그는 서양 형이상학의 전통에서 ‘존재’와 ‘본질’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처음 전면에 부각시킨 철학자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토마스 아퀴나스 이전 시기까지는 ‘존재’와 ‘본질’의 구별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유산과 당대 이슬람 사상의 철학 방법론을 가져와 자신만의 독특한 형이상학 토대를 구축한다.
이러한 토마스 아퀴나스 철학에 있어 『존재자와 본질』은 토마스 사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서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그의 전체 사상의 설계도 구실을 하기에, 이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방대한 그의 사유 체계 전반을 체계적으로 접하는 데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강의에서는 토마스 아퀴나스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시대적 배경을 고찰한 후, 이를 토대로 『존재자와 본질』에 담긴 토마스 아퀴나스의 형이상학이 지닌 독특성과 그 의미, 즉 유한한 존재와 무한한 존재의 차이와 그 연관성에 대해 개관할 예정이다.

2021년 10월 아카데미소요

스토아학파의 ‘우주적 프네우마(pneuma)’ 개념과 유기체적 유물론


강사_ 한경자 (정암학당)
일시_ 10월 12일(화), 19일(화) 19:30-21:30
장소_ 철학서점 소요서가 
등록기간_ 10월 1일 – 10월 11일
등록방법_ 강의신청양식
등록_ 우리은행 1005-004-105261 연구소 오늘
수업료_ 10만원 (총 2회)
문의_ soyoseoga@gmail.com

강의는 대면, 비대면 방식으로 동시 진행합니다.
대면 강의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선착순 9인으로 한합니다.
대면 강의 신청자 중 선착순 외 인원은 비대면 강의로 전환됩니다.

강사 소개

한경자 (정암학당)
스토아 자연학 연구로 서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UBC) 철학과에서 방문학자로 있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서울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정암학당 연구원이자 연구실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숙명여대, 가톨릭대에서 서양 철학, 그리스신화 관련 과목 및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강의했다. 플라톤 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헬레니즘 철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특히 서양 고대 후기 헬레니즘 철학인 스토아철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역서로는 플라톤의 『라케스』(정암고전총서 플라톤전집, 2020), 『플라톤의 그리스 문화 읽기』(공저, 2020)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초기 스토아 자연학에서 ‘우주적 프네우마(Pneuma)’ 연구–크뤼시포스를 중심으로-」(박사학위 논문, 2016), 「언어와 존재」, 「스토아 혼합 논의」(2013), 「초기 스토아 자연학에서 능동 근원의 물체성 연구」(2019) 등이 있다.

강의 소개

‘자연과 일치하는 삶’을 삶의 규준으로 내세우는 스토아철학은 스토아 특유의 유기체적 유물론이라는 자연철학을 토대로 한다. 스토아철학은 선대의 철학, 즉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유산을 넘겨받았으면서도 그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론을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스토아 자연학에서는 세계, 우주, 자연 자체가 곧 신이다. 그리고 세계, 우주의 부분으로써의 인간, 즉 나는 나이면서 동시에 우주의 다른 부분들과 함께 겪으며 세계를 살아간다. 우리 모두가 신적인 자연에 참여해 있다. 그래서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인간 영혼은 우주 영혼의 일부이며, 또한 살아있는 우주 영혼을 구성하고 있는 프네우마의 일부로서의 프네우마이다. 그리고 이 프네우마는 물체(sōma)이고, 따라서 인간의 영혼 역시 물체로 이해된다. 이러한 스토아철학의 물체로서의 영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존재하는 것은 모두 물체라고 여기는 스토아철학 특유의 ‘존재-물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 강의를 통해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신과 질료’, 혹은 ‘프네우마와 질료’라는 두 가지 물체적 근원(archai)으로 설명하는 스토아 특유의 유물론적 사유를 따라가면서 물체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것이다. 그곳에서 낯설지만 익숙할 수도 있을 스토아철학의 물리적 영혼도 만나게 될 것이다. 

강의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1. 제논, 클레안테스, 크뤼시포스에 의해 정립된 초기 스토아철학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특히 크뤼시포스가 발전시킨 ‘우주적 프네우마’ 개념을 중심으로 유기체적 유물론이라 불리는 스토아 특유의 자연 철학의 구조를 살펴보겠다.
2. 스토아 자연학의 기본 개념인 ‘우주와 사물의 두 근원(archai): 신과 질료’, ‘스토아의 물체 개념’, ‘프네우마 운동’(혹은 ‘긴장 운동tonikē kinēsis)’, ‘프네우마의 단계와 사물의 단계’ 등의 내용을 살펴보고, ‘우주 시민’, ‘자연(섭리)을 따르는 자유로운 삶’ 등 스토아의 몇 가지 윤리적 함축을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2021년 9월 아카데미소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실체론의 미로에서 길찾기


강사_ 조대호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일시_ 9월 24일(금), 10월 1일(금) 19:30-21:30
장소_ 철학서점 소요서가 
등록기간_ 9월 5일 – 9월 23일
등록방법_ 강의신청예약폼
등록_ 우리은행 1005-004-105261 연구소 오늘
수업료_ 10만원 (총 2회)
문의_ soyoseoga@gmail.com

강의는 대면, 비대면 방식으로 동시 진행합니다.
대면 강의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선착순 9인으로 한합니다.
대면 강의 신청자 중 선착순 외 인원은 비대면 강의로 전환됩니다.

강사 소개

조대호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서양고전학과 철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훔볼트 재단의 지원으로 마인츠대학교 연구 교수를 거쳤고,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원장과 서양고전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양고전학회 회장으로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과 문학을 강의하며 윤리학, 기억 이론, 행동 이론, 동물행동학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아리스토텔레스를 소개했고, 현재 동아일보에 <신화의 땅에서 만난 그리스 사상>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위대한 유산』(공저), 『아리스토텔레스: 에게해에서 만난 인류의 스승』, 『일리아스』, 호메로스의 상상 세계』 등이 있으며, 역서로 『고대 사회와 최초의 철학자들』, 『형이상학』, 『파이드로스』 등이 있다.

강의 소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다양한 성격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철학사(1권), 모순율 등 논증의 원리들에 대한 정당화(4권), 철학사전(5권), 다른 저술에서 발췌한 글들(10권, 11권), 독립된 논문들(7권~9권, 12권) 등이 포함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자 J. Barnes가 『형이상학』을 “한 권의 에세이 모음집”(a collection of essays)라고 부른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이상학』이 ‘중심도 없는’ 철학서라는 말은 아니다. 마치 여러 갈래의 길이 한 곳으로 모이듯, 『형이상학』의 잡다한 논의는 ‘실체’에 대한 논의로 집중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언제나 탐구 대상이 되고 언제나 의문거리인 것, 즉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실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이 강의에서는 실체론과 실체의 개체성 문제를 중심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소개하려고 한다. 개체성 문제를 다룰 때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발생론』(De generatione animalium)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두 차례의 강의에서 다룰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실체를 중심으로 존재를 다루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 그가 ‘실체’라고 부르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 그것들은 서로 어떤 관계에 있을까?
  • 전통적인 해석은 이른바 질료-형상설을 배경으로 실체의 개체성이 질료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의 문제는 무엇일까?
  • 개별적인 감각적 실체에서 ‘질료’와 ‘형상’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인가?
  • 그 질료와 형상은 각각 어떻게 생겨날까?
  • 이 두 원리는 각각 어떤 방식으로 개체성에 관여하는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체론은 『형이상학』은 물론 그의 철학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동시에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사에서뿐만 아니라 철학사에서 수많은 오해를 낳은 논란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 강의에서는 『형이상학』과 『동물발생론』의 주요 구절들을 짚어 가면서 실체론의 지도를 그려보려고 한다.

장-뤽 낭시를 기리며

박준상┃숭실대 철학과 교수

며칠 전 장-뤽 낭시의 부음을 들었다. 존경하고 좋아하는 이 고령의 철학자의 이름을 ‘혹시나’하는 마음에 가끔 검색하고 나서 안심하곤 했었는데, 결국 결정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낯설기만 하다. 한 번이라도 영혼을 만져본 적이 있었던 한사람의 죽음이 어떻게 때 이른 것이 아닐 수 있는가? 사람은 막연히 자신도 타인도 죽지 않을 것이라 여기며 살고 있는가? 나와 타인의 죽음보다 확실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장-뤽 낭시는 필자의 지도교수는 아니었고, 학위 논문의 보고자rapporteur(박사 논문의 심사 가능성을 판정하고 보고서를 써서 대학과 국가에 전달하는 교수)였다. 필자는 고인과 많은 편지와 메일을 주고받았고, 어느 콘퍼런스에서 스카이프로 대화한 적도 있었지만, 정작 그와 대면했던 것은 2009년 1월 파리에서 열렸던 그에 대한 콘퍼런스 ‘바깥의 형상들’에서의 짧은 만남 한 번뿐이었다. 필자는 그와 인연이 닿았던 수많은 학생 중 하나였을 뿐이고, 그가 이렇게 사라져가는 지금의 장면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많은 사람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와 대면의 교류를 나누었던 여러 사람(크리스토프 비덩, 장-미셸 라바테, 자크 랑시에르와 김순기 화백)은 예외 없이 직접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필자에게 낭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이는 알랭 바디우가 그에 관해 쓴 논문 「약속된 봉헌」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던 대로 “모두가 장-뤽 낭시를 좋아한다”라는 사실의 증거 하나가 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 사실에 특별한 의의意義가 있다고 지금 이 자리에서 필자는 납득할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은 이런저런 이유로 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일반적인 경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예외적인 측면을 드러낸다. 말하자면 장-뤽 낭시에게는 이런저런 이유 없이, 또한 목적도 없이, 그 자신의 표현대로 ‘무위無爲’를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또한 그렇게 사람들을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게 하는 힘이 있었다. 또한 그 힘은 그의 얼굴⸱표정들과 몸의 직접적 현전 바깥에서도, 가령 그의 편지나 이미지 하나, 그의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접근⸱‘접촉touche’을 통해서도 뚜렷이 표출되었다. 또한 우리가 그의 저작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철학자로서 그는 자신이 말하고 논증하고 주장한 것들 바깥에서, 분명히 밝혀져 드러난 것들을 가로질러서 ‘침묵의 말’을 전달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필자는 낭시가 우리에게 전해주었던 정치적 가르침이 다른 것이 아니었다고 확신한다. 설사 정치의 영역과 우리 각자의 삶(실존)의 영역이 같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 ‘사이’ 또는 관계의 ‘접촉’의 표식(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표식)이 되는 그 ‘침묵의 말’의 표출⸱감지와 유통이 바로 정치에서의 최종심급이라는 것이다. ‘무위’라는 척도 아닌 척도라는 것이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예 하나를 들어 생각해보자. 낭시가 자신의 삶과 글쓰기에 너무나도 깊숙이 개입했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필립 라쿠-라바르트(그는 라쿠-라바르트를 추도하는 글에서 “나는 깊은 밤 혼자 앉아 라쿠를 생각하며 울고 있다”고 썼지만, 우리로서는 그의 심정에 접근할 수 없다)와 같이 썼던 책 하나인 『나치 신화』에서 암시되었던 대로, 나치들에게서는 과도하게 규정된 분명한, 지나치게 ‘밝혀진avoué’ 언어(이데올로기)만 있었을 뿐, ‘침묵의 말’이 자리 잡을 모든 장소는 미리 파괴되었다. 그들의 언어는 결국 우리와 우리의 관계⸱사이를 절멸하는 결과로만 귀착되었다. 반면 낭시는 라쿠-라바르트와 함께 나치들과는 정반대의 위치에서, 즉 (문학적⸱시적) 침묵을 발판으로 공동체에 다가갔다. 낭시가 사라져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결국 하나일 것이다. 어떻게 ‘밝힐 수 없는inavouable’, 불확실한, 그러나 기이할 정도로 명백한, ‘벌거벗은’ 그의 ‘침묵의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인가?

“부서지기 쉬움과 불확실성 가운데에서의 벌거벗음. 가장 밝힐 수 없는 유대 관계에 낯선 것이 있고, 동시에 가장 평범한 만남에 낯선 것이 있다. 그러한 낯선 것, 즉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낯선 것에 노출된, 뚜렷이 내비치는 벌거벗음.” – 『마주한 공동체』

2021년 8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