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아카데미소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실체론의 미로에서 길찾기


강사_ 조대호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일시_ 9월 24일(금), 10월 1일(금) 19:30-21:30
장소_ 철학서점 소요서가 
등록기간_ 9월 5일 – 9월 23일
등록방법_ 강의신청예약폼
등록_ 우리은행 1005-004-105261 연구소 오늘
수업료_ 10만원 (총 2회)
문의_ soyoseoga@gmail.com

강의는 대면, 비대면 방식으로 동시 진행합니다.
대면 강의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선착순 9인으로 한합니다.
대면 강의 신청자 중 선착순 외 인원은 비대면 강의로 전환됩니다.

강사 소개

조대호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서양고전학과 철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훔볼트 재단의 지원으로 마인츠대학교 연구 교수를 거쳤고,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원장과 서양고전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양고전학회 회장으로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과 문학을 강의하며 윤리학, 기억 이론, 행동 이론, 동물행동학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아리스토텔레스를 소개했고, 현재 동아일보에 <신화의 땅에서 만난 그리스 사상>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위대한 유산』(공저), 『아리스토텔레스: 에게해에서 만난 인류의 스승』, 『일리아스』, 호메로스의 상상 세계』 등이 있으며, 역서로 『고대 사회와 최초의 철학자들』, 『형이상학』, 『파이드로스』 등이 있다.

강의 소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다양한 성격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철학사(1권), 모순율 등 논증의 원리들에 대한 정당화(4권), 철학사전(5권), 다른 저술에서 발췌한 글들(10권, 11권), 독립된 논문들(7권~9권, 12권) 등이 포함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자 J. Barnes가 『형이상학』을 “한 권의 에세이 모음집”(a collection of essays)라고 부른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이상학』이 ‘중심도 없는’ 철학서라는 말은 아니다. 마치 여러 갈래의 길이 한 곳으로 모이듯, 『형이상학』의 잡다한 논의는 ‘실체’에 대한 논의로 집중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언제나 탐구 대상이 되고 언제나 의문거리인 것, 즉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실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이 강의에서는 실체론과 실체의 개체성 문제를 중심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소개하려고 한다. 개체성 문제를 다룰 때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발생론』(De generatione animalium)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두 차례의 강의에서 다룰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실체를 중심으로 존재를 다루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 그가 ‘실체’라고 부르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 그것들은 서로 어떤 관계에 있을까?
  • 전통적인 해석은 이른바 질료-형상설을 배경으로 실체의 개체성이 질료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의 문제는 무엇일까?
  • 개별적인 감각적 실체에서 ‘질료’와 ‘형상’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인가?
  • 그 질료와 형상은 각각 어떻게 생겨날까?
  • 이 두 원리는 각각 어떤 방식으로 개체성에 관여하는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체론은 『형이상학』은 물론 그의 철학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동시에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사에서뿐만 아니라 철학사에서 수많은 오해를 낳은 논란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 강의에서는 『형이상학』과 『동물발생론』의 주요 구절들을 짚어 가면서 실체론의 지도를 그려보려고 한다.

장-뤽 낭시를 기리며

박준상┃숭실대 철학과 교수

며칠 전 장-뤽 낭시의 부음을 들었다. 존경하고 좋아하는 이 고령의 철학자의 이름을 ‘혹시나’하는 마음에 가끔 검색하고 나서 안심하곤 했었는데, 결국 결정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낯설기만 하다. 한 번이라도 영혼을 만져본 적이 있었던 한사람의 죽음이 어떻게 때 이른 것이 아닐 수 있는가? 사람은 막연히 자신도 타인도 죽지 않을 것이라 여기며 살고 있는가? 나와 타인의 죽음보다 확실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장-뤽 낭시는 필자의 지도교수는 아니었고, 학위 논문의 보고자rapporteur(박사 논문의 심사 가능성을 판정하고 보고서를 써서 대학과 국가에 전달하는 교수)였다. 필자는 고인과 많은 편지와 메일을 주고받았고, 어느 콘퍼런스에서 스카이프로 대화한 적도 있었지만, 정작 그와 대면했던 것은 2009년 1월 파리에서 열렸던 그에 대한 콘퍼런스 ‘바깥의 형상들’에서의 짧은 만남 한 번뿐이었다. 필자는 그와 인연이 닿았던 수많은 학생 중 하나였을 뿐이고, 그가 이렇게 사라져가는 지금의 장면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많은 사람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와 대면의 교류를 나누었던 여러 사람(크리스토프 비덩, 장-미셸 라바테, 자크 랑시에르와 김순기 화백)은 예외 없이 직접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필자에게 낭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이는 알랭 바디우가 그에 관해 쓴 논문 「약속된 봉헌」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던 대로 “모두가 장-뤽 낭시를 좋아한다”라는 사실의 증거 하나가 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 사실에 특별한 의의意義가 있다고 지금 이 자리에서 필자는 납득할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은 이런저런 이유로 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일반적인 경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예외적인 측면을 드러낸다. 말하자면 장-뤽 낭시에게는 이런저런 이유 없이, 또한 목적도 없이, 그 자신의 표현대로 ‘무위無爲’를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또한 그렇게 사람들을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게 하는 힘이 있었다. 또한 그 힘은 그의 얼굴⸱표정들과 몸의 직접적 현전 바깥에서도, 가령 그의 편지나 이미지 하나, 그의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접근⸱‘접촉touche’을 통해서도 뚜렷이 표출되었다. 또한 우리가 그의 저작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철학자로서 그는 자신이 말하고 논증하고 주장한 것들 바깥에서, 분명히 밝혀져 드러난 것들을 가로질러서 ‘침묵의 말’을 전달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필자는 낭시가 우리에게 전해주었던 정치적 가르침이 다른 것이 아니었다고 확신한다. 설사 정치의 영역과 우리 각자의 삶(실존)의 영역이 같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 ‘사이’ 또는 관계의 ‘접촉’의 표식(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표식)이 되는 그 ‘침묵의 말’의 표출⸱감지와 유통이 바로 정치에서의 최종심급이라는 것이다. ‘무위’라는 척도 아닌 척도라는 것이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예 하나를 들어 생각해보자. 낭시가 자신의 삶과 글쓰기에 너무나도 깊숙이 개입했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필립 라쿠-라바르트(그는 라쿠-라바르트를 추도하는 글에서 “나는 깊은 밤 혼자 앉아 라쿠를 생각하며 울고 있다”고 썼지만, 우리로서는 그의 심정에 접근할 수 없다)와 같이 썼던 책 하나인 『나치 신화』에서 암시되었던 대로, 나치들에게서는 과도하게 규정된 분명한, 지나치게 ‘밝혀진avoué’ 언어(이데올로기)만 있었을 뿐, ‘침묵의 말’이 자리 잡을 모든 장소는 미리 파괴되었다. 그들의 언어는 결국 우리와 우리의 관계⸱사이를 절멸하는 결과로만 귀착되었다. 반면 낭시는 라쿠-라바르트와 함께 나치들과는 정반대의 위치에서, 즉 (문학적⸱시적) 침묵을 발판으로 공동체에 다가갔다. 낭시가 사라져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결국 하나일 것이다. 어떻게 ‘밝힐 수 없는inavouable’, 불확실한, 그러나 기이할 정도로 명백한, ‘벌거벗은’ 그의 ‘침묵의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인가?

“부서지기 쉬움과 불확실성 가운데에서의 벌거벗음. 가장 밝힐 수 없는 유대 관계에 낯선 것이 있고, 동시에 가장 평범한 만남에 낯선 것이 있다. 그러한 낯선 것, 즉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낯선 것에 노출된, 뚜렷이 내비치는 벌거벗음.” – 『마주한 공동체』

2021년 8월 29일

첫 번째 소요편지: 한발 늦은 개업인사

안녕하세요.

‘철학서점 소요서가’가 지난 7월 10일 을지로 세운청계상가 3층 데크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개업 이래 정말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더 나은 컬렉션으로 여러분을 맞이할 수 있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동안 누가 소요서가를 운영하고 철학서점의 목적은 무엇인지 많은 분들께서 질문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희가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철학서점 소요서가는 ‘연구소 오늘’에서 운영합니다. 연구소 오늘은 2021년 봄에 문을 연 신생 연구소로, 산하에 출판사와 서점 그리고 아카데미를 운영 중입니다.

출판사는 서점과 같은 이름의 ‘소요서가’입니다. 철학, 예술, 역사 분야의 의미있는 외서와 국내 연구진의 작업을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베르그손의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과 “세잔-졸라의 서간집” 등 다수 외서의 번역 출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서점은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철학전문서점입니다. 전문가에게도 가볍지 않고 애호가에게도 무겁지 않은 서점을 표방하며 7월 10일 을지로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동서양 철학의 고전과 양질의 해설서들을 구비하고 있고, 다양한 철학 분야의 입문 교양서들 역시 비치해 두었습니다. 출판사와 서점의 이름이 같은 이유는, 파리의 철학 출판사 겸 전문서점인 Vrin을 모델로 삼아 저희 역시 출판-서점을 연동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 소요’는 서점을 기반으로 온/온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하려고 합니다. 현재 플라톤을 시작으로 하는 <서양 철학사 강의>가 올해 8월부터 내년 7월까지 계획되어 있고, 강의일정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입니다. 월 2회씩 일년간 총 24번에 걸쳐 진행될 강의는, 각 분야의 전문가 선생님들을 모시고 매달 선정된 이달의 철학자의 대표 저작을 통해 서양 철학의 긴 흐름을 살펴보는 대중 강의입니다. 일년 강의가 끝난 후에는 강의록을 모아 소요서가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할 계획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이상 저희가 누구이고 무슨 일을 하는지 간단히 말씀드렸습니다. 지금부터는 저희가 지향하는 바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서점에서부터 출발해 보겠습니다.

철학서점 소요서가를 방문해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는 간판을 올리는 대신 그 자리에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여덟 개의 언어로 적어 두었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조르주 캉길렘(Georges Canguilhem)은 이 질문의 특수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철학의 의미와 본질에 대해 묻는 질문 자체가 철학을 구성한다.’

이 말에 충실할 경우, 철학은 자신에 대해 묻는 질문 속에 심오한 답을 숨겨두는 대신, 한번이라도 이 질문을 마주치거나 던져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철학적’이 되도록 허락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간판 자리에 적어 둠으로써, 철학서점 소요서가라는 이름보다는 ‘여러분을 철학적 사유로 초대하고 싶다’는 의중을 먼저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생각하는 철학이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잠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마지막 부분을 참조해 보겠습니다. 그곳에서 칸트는 ‘철학과 수학은 서로 다른 방법을 따른다’고 말합니다. 수학은, 특히 기하학은 점, 선, 면 같은 개념들을 스스로 만드는 정의에서부터 시작하는 종합적 방법을 따른다면, 철학은 실체, 원인, 필연처럼 이미 주어진 개념들을 사용하면서 시작해 마지막에 그 의미를 해설하는 정의에 도달하는 분석적 방법을 따른다고 말입니다.

칸트가 수학과 구별해서 강조한 철학의 특수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저희는 잠시 문학과 철학의 관계로 우회해볼까 합니다. 사실 어떤 작가도 작품을 시작하기에 앞서 선이나 악 같은 개념을 먼저 떠올리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구체적 사건들을 사용해 서사를 완성하면, 그런 서사가 특정 개념들을 시사하는 상징으로 작동하곤 합니다. 반면 철학은, 칸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념들을 사용하면서 시작합니다. 철학자가 개념들의 관계에서 서사를 완성하면, 그런 서사가 도식이나 상징의 형태로 의미를 획득하고 다시 구체적 사건들을 포섭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집니다.

이 맥락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철학은 개념들의 현실로의 이행, 또는 이런 이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서사화 과정으로서의 ‘비판’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여러분께서 철학서점 소요서가에서 ‘개념이 현실로 옮겨가는 물질화 과정’을 경험해주시길 희망합니다. 거창한 말처럼 들리지만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따라 서점에 들어오신 뒤, 철학이란 특정 분야의 개념들이 한데 모여 있는 풍경의 물질적 힘을 음미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철학에 대해 저희 서점이 이처럼 생각하는 바는 사실 연구소 오늘의 운영구조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영화계에는 이미 제작-유통-상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있듯이, 저희는 출판-서점-아카데미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개념의 제작과 유통, 그리고 상영을 연결하려고 합니다. ‘도서출판 소요서가’가 개념들의 서사화에 주력한다면, ‘철학서점 소요서가’는 서사화된 개념들이 현실로 이행하는 체험의 장을 제공하고, ‘아카데미 소요’는 현실로 옮겨온 철학적 개념들이 구체적 의미를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다시 오늘의 우리를 겨냥한 새로운 개념들이 창조될 수 있는 계기가 생겨나기를 기대합니다.

따라서 연구소 오늘은 도서출판 소요서가, 철학서점 소요서가, 아카데미 소요가 순환되는 구조 속에서,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오늘을 향한 철학적 비판이 되는 사태를 실현하고, 이러한 경험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기를 지향합니다.

지금까지 철학서점 소요서가를 운영하는 저희가 누구이고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리며, 운영상의 실수는 있을지언정 방향성을 잃어버리지는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두 번째 소요편지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21년 8월 아카데미소요

플라톤과 현상의 구제 :『티마이오스』의 우주론

강사_ 김유석 (정암학당 연구원)
일시_ 8월 24일(화), 31일(화) 19:30-21:30
장소_ 철학서점 소요서가
등록기간_ 8월 2일 – 8월 23일
등록방법_ 강의신청 예약폼
등록_ 우리은행 1005-004-105261 연구소 오늘
수업료_ 10만원 (총 2회)
문의_ soyoseoga@gmail.com

강의는 대면, 비대면 방식으로 동시 진행합니다.
대면 강의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선착순 9인으로 한합니다.
대면 강의 신청자 중 선착순 외 인원은 비대면 강의로 전환됩니다.

강사 소개

김유석 (정암학당 연구원)
파리1대학교 철학과에서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귀국 후 오랫동안 소크라테스 철학의 전승 과정과 소크라테스 학파에 관해 연구해 왔습니다. 현재는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번역을 계기로 서기 1-2세기의 플라톤주의 역사와 주석 전통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서]
플라톤의 그리스 문화 읽기 (공저. 아카넷, 2020)
서양고대철학 2 (공저. 길, 2016)
[역서]
티마이오스 (플라톤. 아카넷, 2019)
스토아주의 (장바티스트 구리나. 글항아리, 2016) 외
[논문]
견유 디오게네스의 수련에 관하여 (2021)
해석과 전용의 사이에서 (2020)
안티스테네스와 반플라톤주의 전통 (2019) 외

강의 소개

티마이오스는 플라톤의 가장 후기에 속하는 대화편입니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우주와 인간의 기원과 본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원에 관한 물음을 다룬다는 점에서 티마이오스는 초기의 자연철학의 전통 위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자연철학자들은 우주의 시원(원리)과 만유를 구성하는 원소들, 그리고 세계가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원인을 탐구하였습니다. 이러한 탐구의 정신은 플라톤의 우주론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그러나 티마이오스에는 그저 자연철학자들의 전통만이 담겨있는 것이 아닙니다. 플라톤은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철학보다 더 오래 된 신화의 이야기 방식을 채용합니다.
철학의 시대 이전에 오르페우스나 헤시오도스는 태초부터 있었던 원초적인 신들이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을 통해 자식들을 낳았고, 그 자식들이 후손들을 낳음으로써 우주가 지금처럼 복잡해지고 정교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플라톤은 이러한 신화적 서술 방식을 받아들입니다. 그에 따르면, 신적인 우주제작자인 데미우르고스는 부동불변한 재료들을 가공하여 질서로 이끌어냄으로써 우주를 제작했습니다.
따라서 플라톤의 티마이오스는 신화의 형식으로 서술된 자연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 강좌에서는 플라톤이 일견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개의 전통 즉, 자연철학과 신화를 어떤 방식으로 하나의 담론 속에 녹여내고, 플라톤 고유의 이론을 더함으로써 자신만의 우주론을 만들어냈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