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사유란 무엇인가?
철학의 개념들은 이미 일상 언어 안에 있다. 실체, 인과, 필연, 본질 등 철학자에게 중요한 개념들은 생활의 언어이기도 하다. 혹자는 철학적 개념들이 일상어에 오염되었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철학의 개념들은 일상언어 안에 잠들어 있을 뿐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를 전문가들의 통치 문제 정도로 치부한다면, 정치는 우리 삶에서 영영 깨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일상 속 우리는 스스로를 보존하고자 노력한다. 자신을 보호하고 가꾸려는 욕망의 실현은 이미 타자와의 정치적 관계에 우리를 들어서게 한다.
일상어 안에 잠든 철학적 사유를 깨우려면, 도처에 잠들어 있는 ‘정치’를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분께서 생각하는 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요?
프랑스의 철학자 미구엘 아반수(Miguel Abensour)는 정치철학에 대한 한나 아렌트의 입장을 다음처럼 소개합니다. (『정치철학에 맞선 한나 아렌트?』, 2006)
‘플라톤의 작품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정치철학이란 분야는 철학과 정치 사이의 긴장을 전제한다. 철학이 사유라면 철학적 사유는 물러서는 자세이고, 정치가 행동이라면 정치적 행동은 활동적인 삶이다. 그런데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정치는 철학에 종속되고, 공동체는 철학의 특수한 명령을 따르게 된다. 다시 말해, 시민들의 공적 토론은 위축되고 구체적 행위는 거절되며, 사람들 사이의 실제적 다수성은 <일자>의 배타성 앞에서 위축된다.’
아반수는 이런 사태를 하이데거의 <존재 망각>에 필적하는 <행동 망각>으로 규정하며, 아렌트를 따라 전통적인 의미의 정치철학은 권력기관과 통치의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고 파악합니다. 사람들은 공존의 조건을 직접 만들기에는 무능력해서 철학적 사유의 도움이 외적으로 필요하다는 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아반수는 아렌트와 함께 철학적인 사유와 정치적인 행동 사이에서 <정치적인 사유>의 길은 가능한지 질문합니다. 정치철학은 정치에 할당된 철학의 부분이나 정치라는 특별 대상에 적용된 철학적 방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산출하는 행동에 대한 사유는 아닐까요? 정치적인 사유에는 명령과 복종/저항의 질서를 넘어서는 더 큰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카데미소요에서는 이런 상상력의 길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서양 지성사에서 대표적인 정치철학 작품들을 살펴보며, 오늘의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적인 것>은 무엇인지 함께 비판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희망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정치철학 고전 읽기’ 전체 일정
2022년 10월부터 월 2회,19:30~21:30
월 4만원, 대면/비대면
2022년 10월 플라톤 『국가』
11월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12월 키케로 『국가론』
2023년 1월 마키아벨리 『군주론』
2월 홉스 『리바이어던』
3월 로크 『통치론』
4월 루소 『사회계약론』
5월 칸트 『영구평화론』
6월 헤겔 『법철학』
7월 마르크스 『헤겔 법철학 비판』
8월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9월 밀 『자유론』